“사람에게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아”… 러브버그, 사실은 익충

서울 전역에서 동양 하루살이가 사라진 자리를 붉은등우단털파리, 일명 ‘러브버그’가 차지하고 있다. 이 벌레들은 짝짓기 시기에 암수가 꼬리를 맞댄 채 비행하며 도심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과 불쾌감을 초래하고 있다.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에 따르면, 지난 2일 인천 부평구에서 러브버그가 목격된 이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에서 잇따라 관찰되고 있다. 특히 엑스(구 트위터)에서도 14일부터 러브버그 목격담이 쏟아지고 있으며, 일부 시민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온몸에 러브버그가 잔뜩 붙어 있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한, “작년에도 같은 시기에 러브버그가 많았던 것 같다” “익충이라고는 하지만 나에게 달려드니 너무 무섭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기온 상승으로 조기 출현한 러브버그
지난해 6월 13일 경기 부천시에서 처음 발견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열흘 이상 빨리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의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곤충은 변온동물로, 외부 온도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지는데 기온이 오르면서 러브버그의 출현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봄은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평균 기온을 기록했다. 평년 대비 1.3도 높은 기온을 보였으며, 올해 첫 폭염주의보 역시 지난해보다 7일 빠르게 발령되었다. 이러한 기후 변화가 러브버그의 번식과 활동 시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혐오감 불러일으키지만 사실은 생태계에 도움
러브버그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6월 중순에서 7월 초 사이에 한 차례만 출몰한다. 암컷과 수컷이 항상 붙어 다니는 습성 때문에 많은 사람이 혐오감을 느끼지만, 실제로 이들은 해충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러브버그는 질병을 옮기지 않으며, 생태계를 교란하는 종도 아니다. 오히려 유충은 낙엽을 분해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은 꽃의 수분을 돕는 역할을 한다. 성충이 되면 짝짓기를 한 상태로 다니는 특성 때문에 ‘러브버그(사랑벌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그들의 생애는 짧아, 수컷은 3~5일, 암컷은 약 7일 정도만 생존한다.
증가하는 러브버그 민원
러브버그의 출현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주로 목격되었으며, 올해는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되었다. 서울시의회 윤영희 의원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022년 4,418건에서 지난해 5,600건으로 약 27%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은평구(2,600건), 서대문구(978건), 마포구(437건) 등 세 개의 자치구에서만 전체 민원의 71.7%(4,015건)를 차지했다.
효과적인 대처 방법
러브버그의 확산을 막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처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 야간 조명의 밝기를 줄여 벌레의 접근을 최소화한다.
- 끈끈이 트랩을 활용해 개체 수를 조절한다.
- 출입문의 틈새를 막고 방충망을 보수하여 실내 유입을 방지한다.
- 외출 시 어두운색 옷을 입어 벌레의 주목을 피한다.
- 휴지나 빗자루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제거한다.
한편, 지난달에는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 하루살이 떼가 서울 성동구와 한강변을 중심으로 대거 출몰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쳤다. 이에 따라 각 자치구는 방제 작업을 진행하고 포충기를 추가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를 포함한 곤충들의 출몰이 기후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분석하며, 향후에도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