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2월 2025

미국 제약·바이오 업계의 두 가지 흐름: 거대 인프라 투자와 신약 임상의 명암

미국 제약 산업이 대규모 제조 인프라 확충과 신약 개발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앨라배마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바이오텍 기업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Amylyx Pharmaceuticals)는 새로운 루게릭병(ALS) 치료 후보물질의 초기 임상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며 파이프라인 확장에 나섰다.

일라이 릴리, 60억 달러 규모의 앨라배마 생산 기지 확정

일라이 릴리가 미국 내 의약품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앨라배마주 헌츠빌(Huntsville)에 60억 달러(한화 약 8조 4천억 원) 이상을 투자해 새로운 활성 의약품 성분(API) 제조 시설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수입에 의존하기보다 미국 본토 내에서 완제의약품과 원료 의약품을 직접 생산할 것을 제약 업계에 강력히 촉구한 직후 나온 결정이라 주목된다.

이번 헌츠빌 공장은 릴리가 최근 발표한 세 번째 미국 내 신규 시설로, 소분자 합성 의약품과 펩타이드 의약품 제조에 주력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내년 초 미국 승인이 유력한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생산도 포함된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 릴리 CEO는 이번 투자가 의약품 원료 생산의 본토 회귀(Onshoring)를 촉진하고 공급망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기조와 맞물린 270억 달러 투자 로드맵

글로벌 제약사들이 잠재적인 의약품 수입 관세 리스크에 대비해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는 흐름 속에서, 릴리는 이미 올해 초 4개의 신규 제조 시설에 최소 27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릴리 측은 헌츠빌 외에도 수주 내로 또 다른 신규 거점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앨라배마 주지사 케이 아이비는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초기 투자”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회사 측 추산에 따르면 투자금 1달러당 약 4달러의 지역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착공은 2026년, 완공은 2032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3,000여 개의 건설 일자리와 엔지니어, 과학자, 공정 운영 인력 등 450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신규 공장은 머신러닝과 AI, 디지털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공정 전반에 자동화를 구현하고 탄소 중립을 지향하는 첨단 시설로 지어진다. 릴리 측은 300개 이상의 후보지 중 인력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는 허드슨알파 생명공학 연구소(HudsonAlpha Institute for Biotechnology)와의 접근성을 고려해 헌츠빌을 최종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아밀릭스, 루게릭병 신약 후보물질 초기 임상서 안전성 확보

대형 제약사가 하드웨어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동안, 바이오텍 진영에서는 신약 개발의 핵심인 임상 데이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는 최근 루게릭병(ALS) 치료제 후보물질인 ‘AMX0114’의 임상 1상 LUMINA 연구에서 긍정적인 초기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제36회 국제 ALS/MND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첫 번째 환자 코호트에서 치료와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초기 안전성 검증을 바탕으로 아밀릭스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두 번째 코호트 등록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존 프로그램 외에도 신경학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려는 아밀릭스의 시도가 순항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재무적 리스크와 미래 가치 사이의 투자 딜레마

그러나 아밀릭스를 바라보는 투자 업계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현재 아밀릭스의 연간 매출은 100만 달러 미만에 불과하며, 당분간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ORION PSP 연구 중단과 같은 과거의 좌절을 딛고, 현재 진행 중인 아베기타이드(avexitide)의 임상 3상 LUCIDITY 연구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AMX0114의 초기 안전성 데이터는 분명 긍정적인 재료지만, 이것만으로 회사의 펀더멘털을 즉각적으로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주가가 급등한 상태에서 일부 밸류에이션 모델은 현재 주가가 고평가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텍 투자의 특성상 단일 평가 모델보다는 향후 임상 이정표 달성 여부와 자금 조달 필요성 등 현실적인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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