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에 다우지수 500포인트 급등… 시간외거래선 ‘AI 거품론’에 기술주 휘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들어 세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수요일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로 화답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97.46포인트(1.1%) 뛴 48,057.75에 거래를 마쳤고, S&P500지수 역시 0.7% 상승한 6,886.68을 기록하며 한때 사상 최고치를 웃돌기도 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0.3%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특히 금리 인하 수혜가 큰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반영했다.
비둘기파적 신호와 대차대조표 확대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3.50~3.75% 범위로 낮췄다. 시장은 이번 인하 결정 자체보다 연준이 내놓은 성명서와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에 담긴 낙관적인 신호에 주목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연준이 단기 채권 매입을 통해 대차대조표를 다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점이다. 이는 단기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해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한 연준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낮은 수준(remained low)”이라는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정책의 초점이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경기 부양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향후 행보에 대해 “지켜봐야 한다(wait and see)”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누구도 금리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 않는다”며 사실상 선을 그었다.
호세 토레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차대조표 확대 소식은 월가의 우려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흥미로운 호재”라며 “성장률 전망 상향과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가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오라클 실적 쇼크와 되살아난 AI 수익성 우려
그러나 정규장의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장 마감 후 발표된 오라클의 실적 부진이 찬물을 끼얹으며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매출을 발표한 뒤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1% 넘게 폭락했다. 특히 회사 측이 지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인공지능(AI) 투자가 과연 언제쯤 실질적인 수익으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 여파로 엔비디아(-1%)와 코어위브(-3%) 등 주요 AI 관련주들이 동반 약세를 보였고, 나스닥 100 선물 지수는 2% 넘게 급락했다. 다우존스 선물은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S&P500 선물은 약보합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의 온도 차가 극명하게 갈렸다.
엇갈리는 금리 전망과 향후 변동성 경고
연준 내부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3명의 위원이 금리 인하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서도 연준은 2026년에 단 한 차례의 인하만을 예고했으나,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내년에 두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데 77% 이상의 확률을 걸고 있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의 동인이 되어왔음을 언급하며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의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크리스 자카렐리 노스라이트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가 성장하는 와중에도 금리를 내리는 연준의 행보가 단기적인 낙관론을 부추기고 있다”면서도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거나 아예 중단될 수 있다는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시장의 ‘장밋빛 안경’은 벗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엘렌 하젠 F.L.퍼트남 인베스트먼트 수석 전략가 역시 “미국 경제 지표의 혼조세와 금리 불확실성이 맞물려 2026년으로 갈수록 주식 시장의 변동성과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